청년 율곡이 선조2년(1569)에 지은 책이 "동호문답이다."
그의 나이 34세에 지금의 대학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안식년과 같은 연구휴가제도를 맞이하게 된다.
문신들 중에서 젊고 유능한 젊은이를 선발하여 학문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이른바 "사가독서제도"이다.
사가독서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한강 어귀에 있는 "독서당"에서 거쳐하면서
"월과(연구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율곡의 동호문답 역시 지금의 옥수동 분근 한강 나루에 있었던 "동호독서당"에서
연구한 과제로 선조에게 제출한 글이다.
따라서 이 글은 왕위에 오른지 2년 밖에 안된 선조대왕에게 새정치를 희망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담은 정치개혁보고서인 셈이다.
여기에 관련하여 <선조실록>에 기록된 일화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이 가 독서당(讀書堂)에서의 월제(月製)를 계기로 문답체로 임금의 학문하는 방법과 정치하는 도리를 진술
하였는데 이름하여 《동호문답(東湖問答)》 이라 하였다.
선조대왕이 이이 에게 하문하기를
“ 《동호문답》 에서는 무슨 이유로 한 문제(漢文帝) 를 자포자기 했다고 하였는가? 그 말은 지나친 듯하다.” |
이이가 대답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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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가 옛 시대를 회복하지 못했던 것은 분서갱유로 경전들이 불타 선비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하니, 이이 가 아뢰기를, |
“ 문제 는 큰 뜻이 없어서 매양 비루한 의논을 좋아하였습니다. 문헌이 있었다 한들 또한 어떻게 했겠습니까. |
하였다. 이 때 중궁(中宮)을 아직 세우지 못했는데, 헌납 오건(吳健) 이 아뢰기를, |
“왕비를 간택할 땐 먼저 가법(家法)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외척의 환란을 미리 방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 |
“임금이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척이 우환이 되는 것이지, 임금이 정말 현명하다면 외척이 어떻게 난동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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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의 견해가 참으로 탁월하십니다. 그러나 임금이 아무리 현명하다 하더라도 그 현명함을 스스로 믿고 검 |
“ 왕망(王莾) 의 딸 효평 황후(孝平皇后) 도 현명했으니 어찌 꼭 부모와 연관을 지우겠는가.” |
하니, 이이 가 아뢰기를,
임금이 정도를 두고 요행을 바라는 것은 이미 자포자기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최선책이 있는데 차선책을 선택했던, 한나라 문제왕 역시 자포자기한 왕이라고 말하면서 선조대왕 역시 성군으로써 성인군자의 정치를 하지 못하면 자포자기한 왕이 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유능하고 훌륭한 분들이라고 자칭하고 선거에서 당선된 분들이니 이미 그 능력을 가지고서 태평성대를 이루지 못한다면 역시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아니냐고? 때와 장소를 핑계삼지 않는 훌륭한 성군들이 되어 달라고 율곡의 심정으로 충언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