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문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1.06 4. 배려깊은 사랑은 내리사랑의 시작이다.
 

 지난 1만 년 전의 교육법을 2천 5백 년 전에 공자는 유학으로 재현시켰다. 그러나 3백년도 채 안되어서 진시황에 의해 왜곡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렇지만 그 명맥만큼은 끊어지지 않고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다시 지난 100년 동안 말살되어 가는가 싶더니, 마침내 오늘날 다시금 그 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 싹이 바로 배려깊은 사랑의 씨앗에서 돋아난 새로운 교육법이 분명하다. 2천 5백 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혼란기에 ‘인(仁)’이라는 배려깊은 사랑의 씨앗에서 돋아난 공자의 유학처럼 말이다.


 이러한 유추는 공자의 ‘인(仁)’사상이 바로 1만 년 전의 홍익정신과 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동이(東夷)사람이며, 공자가 항상 완성된 인격체의 모델로 삼았던 순임금 역시 동이사람이다. 역사적으로 혼란기를 맞이하는 것은 곧 ‘인(仁)’이 끊어졌을 때 나타나는 사회현상이었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로부터 2천 5백년이 지난 지금이 바로 그러한 혼란기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이 바로 ‘인(仁)’이 끊어진 시대임에 분명하다. ‘인(仁)’은 곧 ‘내리사랑’이다.


 우리는 과거 2천 5백 년 동안 상향식 사랑을 강조해 왔다. 바로 “충효”가 그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충효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하여 중요한 인간의 정신적 소산임에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충효보다 앞서서 전제해야할 것이 “인(仁)”이다. 인(仁)은 바로 하향식 내리사랑의 표상이다.


 전통적으로도 부자자효(父慈子孝)를 올바른 사랑 방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곧 “부모는 자애롭고 자녀는 효도를 다 한다.”는 의미로 부모가 먼저 자애로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자애로움을 받은 자녀는 당연히 효도를 다해야하는 것이 상례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100년 동안 잃어버린 정신문화이며, 철학이며, 교육 방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많은 교육기관에서 효도를 가르치지만 부모의 자애로움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효도를 “효도(孝道)”라는 말로밖에 배울 수 없다. 즉 내리사랑이 끊어진 사회에서는 효도 역시 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많은 청소년문제가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또한 근본적인 해결방법도 여기에 있다.


 역사는 수레바퀴처럼 순환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언제나 역사적인 선택을 할 때마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고, 그 바탕위에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년 단위로 순환하는 역사가 있는가 하면, 100년 단위로 순화하기도 하고, 1,000년 단위 혹은 10,000년 단위로 순환하기도 한다. 이러한 순환 주기를 가지고 있는 역사적 메카니즘에서 특히 주시해야할 순환주기가 2천 5백년 주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자가 말한 ‘인(仁)’이 바로 ‘배려깊은 사랑’ 이라는 것과 ‘배려 깊은 사랑’이 바로 오늘날의 ‘내리사랑’이라는 것이다. 즉 배려깊은 사랑의 시작은 내리사랑의 시작인 것이다.

 

 한참 내리사랑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문득 내리사랑의 단절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동양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서양문화권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101마리 원숭이 효과처럼 말이다.(고립되어 있는 섬에서 살고 있는 한 원숭이에게 고구마를 씻어서 먹게 가르친 결과, 얼마 안 있어 섬 전체의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씻어서 먹는 현상이 나타났고, 그 와 비슷한 시기에 육지에 있던 원숭이들도 고구마를 씻어서 먹었다는 실험을 통해서 하나의 습득된 행동을 집단으로 하게 되면 공명현상처럼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도 전이된다는 이론이다.) 인류는 동서양의 문화가 서로 직접적인 교류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왔다.


 동양에서는 2천 5백 년 전 공자가 ‘인(仁)’을 강조했고, 또한 석가가 ‘자비(慈悲)’를 강조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와 예수가 출현했다. 예수는 하향식 사랑을 완성하였으며, 마침내 인류에게 ‘사랑’이라는 가치를 보편화 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과거 100년 동안 우리는 역사와 문화가 단절되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1, 2차대전을 겪으면서 2천년동안 내려왔던 전통적 사랑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전쟁의 후유증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인류는 하향식 사랑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 그랬고, 유럽에서는 유대인 대학살이 그랬다. 이렇게 크고 작은 혼란 속에서 우리의 부모들은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만이 존재할 뿐, 인간존중의 모습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기였다. 수많은 이산가족, 위안부, 강제이주, 생체실험 등 비인간적인 행위들로 인한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온 것이 우리에게 너무도 커다란 사랑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제 이러한 역사를 인정하고, 인자(仁慈)의 사랑, 곧 내리 사랑을 되살려야할 때이다. 지금이 바로 하향식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이다. 지극한 부모의 사랑으로 천륜이 만들어지고, 그러한 천륜을 바탕으로 충효라는 인륜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 두개의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게 해야 한다. 천륜이 씨줄이 되고, 인륜이 날줄이 되어 사랑의 그물을 물샐틈없이 촘촘히 짜서 사람과 사람이, 민족과 민족이, 나라와 나라가, 더불어 살아가는 희망찬 지구촌문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이다.  

Posted by 박평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