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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4 故 앙드레 김과의 인연


10여년 전 고양시에서 바른선거시민모임 삼국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당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페어플레이 상"을 제정하여

가장 깨끗한 선거운동을 한 후보에게 시민단체가 주는 상을 제정한 것이다.

그래서 그 상품의 하나로 하얀 정장 양복을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 명분도 없이 하얀 양복을 해주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여겨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하얀 양복을 준다면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충분하며,

평소 앙드레 김이 한국적인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으며,

선물을 받는 후보들에게도 명예로운 일이라 여겨서 섭외를 했다.

먼저 강남에 있는 의상실로 찾아갔다.

물론 섭외 주선은 당시 권옥희 선생님께서 하셨고,

나와 동료 한 분이 의상실로 찾아갔다.

의상실 입구에 들어서니 유명한 분의 의상실이라 그런지 더욱더 분위기가 압도했다.

자리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앙드레 김이 나왔다.

언론방송으로만 접하다가 직접 대면을 하고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첫 인상은 "특이한 분이시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인상이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기인이라고 말할만 했다. 말씀과 의상과 태도가 보통사람과는 달랐다."

뭔가 달라도 다른 분이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찾아온 목적을 물으신다.

우리는 취지와 목적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정치, 선거"이야기가 나오자 그분의 안색이 달라지며, 목소리까지 달라지신다.

그것은 앙드레 김은 과거에 정치인들에 의해서 청문회장까지 나간 경력이 있으니,

정치 이야기만 나와도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것이 분명한데, 그것을 건드린 것이다.

한국인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니, 한국의 정신을 정치와 연결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이미 일은 그르친 방향으로 기울어 버렸다.    

앙드레 김의 판단과 입장을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간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좋은 인연을 맺어서 정말 이 나라에 아름다운 디자인 정치를 바랬는데,

다음 기회로 넘겨야만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긴 편지 한통 써서 보냈다.

아마도 그 분에게까지 전달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우리의 뜻을 충분히 밝히는 노력을 했다는 위안은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 문득 뉴스를 보고, 앙드레 김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10여년 전 그분과 만났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환한 미소, 가녀린 목소리, 둥근 얼굴, 하얀 의상 등등

직접 대화를 나눈 한 사람으로서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본다.

아마도 저 너머의 세상에서도 벌써 새로운 디자인을 꿈꾸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추모시를 하나 적어본다.


                         추모시
                                                      (박평선)

이땅의 연예인이라면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얼굴
하얀 미소에 둥근 마음의 열매 가득 머금은 님이시여!

이제 꽃들에게 날개 달아주던 일 그만두고
잠시 어느 나라 여왕의 초대를 받고 여행을 떠나셨나요
저 부용성의 여인들에게 새로운 패션쇼를 열어주러 떠나셨나요.

여기 남은 인연들은 당신의 날개를 그리워 하며
깃털을 찾아 여기저기 헤메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때마다 잊지 마시고, 무지개 타고
눈꽃처럼 나려와서 세상을 한번 하얗게 디자인 해주소서!
저 너머의 세상에서 멋진 패션쇼 초대장을 보내주소서!
Posted by 박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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