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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7 (연재)성인군자에 뜻을 두다.

1. 유학의 특징


  1) 성인에 뜻을 둔 교육이다.

 
 율곡(1536년-1584년)은 격몽요결에서 “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학문이 아니면 올바른 사람이 될 수없다. 처음 학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인이 되겠다는 뜻부터 세워야 한다.”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 선조들은 부모들이 처음 아기를 같게 되면, 성인이 태어나도록 기도하며 태교에 힘썼다.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내 아이가 성인이 되리라 뜻을 세우고, 또 실제로 성인처럼 성스럽고 귀한 존재임을 믿고, 영재교육에 힘써왔다. 부모가 스스로 그렇게 믿고 생활하게 되면 반드시 자녀는 그러한 사람이 태어나고, 또 그렇게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뜻을 세우는 것이 가장 귀하다고 말한 것이다.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 역시 항상 요순과 같은 성인을 닮으려고 노력했고, 또 주공을 꿈속에서까지 그리워했다. 이러한 기록을 보면 공자 역시 어렸을 때부터 성인에 뜻을 두고 살았던 분임에 틀림이 없다. 17세기 양명학을 창시한 왕양명 역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양명이 11살 때 가정교사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까?”하고 물었는데, 가정교사는 “책을 읽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린 양명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아마도 제일 중요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책을 읽어 성인이 되도록 공부하는 것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어린 양명은 책을 읽는 목적이 좋은 직업을 얻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을 완성시키는데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옛날에 주자(周子)라는 유학자는 <통서>라는 책에서 “‘성인은 배워서 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요점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 이유를 묻습니다.’ 하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하나가 요점이 되니, 하나란 욕심이 없는 한 마음을 말한다. 욕심이 없으면, 고요할 때는 마음이 비워지고, 움직일 대는 마음이 곧아진다. 마음이 비워져 밝고 밝아지면 통하고, 마음이 곧아져 공정하고 공정해지면 넓어진다. 밝고 통하고 공정하고 넓어지면 거의 성인에 가까울 것이다.”라고 하여 성인도 배워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영재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영재란 단순히 머리가 똑똑하고,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배려깊은 사랑으로 길러진 영재들은 배려 깊은 행동을 한다. 이는 높은 인격의 소유자임을 말하며, 감성과 지성이 균형 있게 발달한 아이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러한 영재들이 바로 성인의 자질을 가진 영재들이다. 성인이 배워서 될 수 있다면 하물며 영재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반드시 성인에 뜻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곧 성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성인은 “가장 아름답고, 멋지고, 바르고, 착한 사람”이라고 말해준다. 유학에서 말하는 성인은 바로 지극히 착한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금방 그러한 사람이 되겠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벌써 10살이 넘어가면 자신 있게 대답을 못한다. 어른들은 더 주저한다. 감히 내가 성인이 된다고? 하면서 스스로 거부한다. 성인 되려고 뜻을 세운 사람을 ‘군자’라고 말한다. 즉 군자는 성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말한다.


 성인이 성인인 까닭은 인간이면서 하늘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늘마음이란 어디에도 걸림 없이 자유로운 마음의 소유자를 말한다. 따라서 성인은 병에 걸릴 수는 있지만 병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성인도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고, 성인이 병으로 괴로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것은 하늘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타고난 기질에 따라 사람의 유형을 나누었다. 제일 높은 경지를 ‘신인’에 두고, 다음으로 ‘성인, 현인’에 둔다. 그리고 보통사람을 ‘중인’이라고 하고, 짐승 같은 짓만 골라하며 사람을 고깃덩어리 같은 사람이라고 하여 ‘육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단계에 군자는 들어가 있지 않다. 군자는 결과론적인 인간상이 아니라 과정상의 인간상이기 때문이다. 즉 오늘 내가 짐승 같은 육인 이었다 할지라도 한 순간 반성하고, 성인처럼 살아보겠노라고 다짐한다면, 그 순간 그는 군자가 된다. 비록 성인이 아니라 보통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다짐해도 그는 군자가 된다.


 그러나 지금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현인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노력하기를 멈춘다면, 그는 곧 ‘소인’이 되고 만다. <논어>에 보면 “군자는 위로 향하는 사람이고, 소인은 아래로 향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따라서 부모들이 자녀를 영재로 기르고자 한다면, 반드시 부모가 먼저 성인이 되겠다는 뜻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곧 군자가 된다. 그 때부터 자녀들 역시 성인에 뜻을 두게 되고, 장차 영재가 될 뿐만 아니라 성인군자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인군자는 맑은 물과 같아서 여기에 커피만 타면 맛있는 커피가 되고, 하얀 종이와 같아서 그림을 그리면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맑은 물과 하얀 종이는 커피와 그림의 근본이듯이 사람의 근본은 밝은 마음이다.
 
 마음 밝은 사람이 정치를 하면 공명정대해지고, 마음 밝은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면 생활이 윤택해지며, 마음 밝은 사람이 교육을 하면 성인이 되는 가르침을 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밝은 마음은 정치와 경제와 교육의 근본이며, 시대를 초월하여 그 근본 지키는 사람 누구나 존경받고 따르는 성인군자인 것이다.(다음에 계속)

      

Posted by 박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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