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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2 600원으로 생명을 살 수 있을까요?

오늘 사당역에서 방배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잠시 후에 기사님이 내려서 뒷차를 타라고 하신다.

 

손님들은 여기저기서 불평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려서 갈아탄다.

 

나도 내려서 갈아타면서 카드를 찍었다.

 

그랬더니 이중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무의식 중에 기사님에게 항의투로 사실을 말했다.

 

그랬더니 600원을 거슬러 주셨다.

 

그러면서 여기저기에서 다시 불편한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기사님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시면서

 

오늘 마을버스가 새로 들여왔는데 아침에 불이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스시간에 혼선이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잠시 후에 아저씨는 아침에 불이난 이야기를 해주셨다.

 

버스에 연기가 나자 기사는 엔진 시동을 끄고,

 

손님들에게 빨리 내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리려던 아주머니 몇분이서 카드가 안찍힌다고 항의를 하더라는 것이다.

 

시동을 껐으니 당연히 카드기도 작동이 중지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사는 "600원대문에 죽는 것보다 나으니 빨리 내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당장 불이나서 죽을지 모르는 위급한 순간인데도

 

600원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아주머니들을 생각하면서

 

오늘날 우리들의 숨겨진 모습이 아닌가를 생각해보았다.

 

방금 전에도 나는 600원을 돌려받기 위해서

 

기사님과 짧은 항의를 하지 않았던가?

 

부끄럽기도 하고, 씁슬하기도 한 순간이었다.

 

정말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순간 순간 잊고 사는것 같다.

 

정신좀 바짝 차리고,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아보리라 진심으로 다짐해본다.

 

Posted by 박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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