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2.07 려말선초의 선비 안향선생을 생각하며...

우리나라에 최초로 성리학을 들여오신 분이 안향선생님이라는 것을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배워서 알고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고려말 한향 선생님이 남기신 시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집집마다 불상에 절을 하고,

마을마다 푸닥거리가 한창인데,

두어칸 공자사당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저는 이 시를 보고 지금의 사회현상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집집마다 티비보고 컴퓨더하느라 바쁘고,

마을마다 교회 십자가가 불야성을 이루며,

산중에는 사찰들이 궁궐처럼 들어서 있고,

두어칸 공자사당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유교문화는 고조선때부터 5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민족 고유의 교육문화이고

도덕과 윤리를 담당했던 지식인들의 정신적 고향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음력 15일은 분향이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 전라남도 나주향교 대성전에 가서 청소를 했습니다.


안향을 포함하여 동국18현과 공문 10철 그리고 공자님을 위시해서 맹자, 안연, 증자, 자사

다섯 성현의 신위를 청소하면서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치 그분들의 몸을 씻기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역에 "감이수통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시공을 초월하여 그분들의 마음을 느껴졌습니다.

옛날에는 왜 학교에 대성전을 같이 만들어 놓았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분들의 몸에 묻은 먼지를 하나 하나 닦아내면서 그분들의 학문세계를

더 경건하고, 존엄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군사부일체라고 했는데,

마치 부모님의 몸을 씻겨드리듯이

학문적 스승이신 성현들의 신위를 씻겨드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 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모처럼 이러한 기회를 주신 나주향교 전교님과 사무국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Posted by 박평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