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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0 가례보감(문민 님)

엄마는 남북통일의 딸

가계도(딸 문향이를 중심으로)

할아버지 : 김훈이(1990년 사망)

할 머 니 : 정복길

아 버 지 : 김태진(2남 4녀 중 셋째)

외할아버지 : 문영식(1978년 사망)

외 할머니 : 이순자

어 머 니 :문정매(문민)(2남 1녀 중 막내)

1995년, 아빠와 엄마는 일편단심, 백년언약을 맺고 결혼했지.

엄마가 아빠를 만났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얼굴색이 희고 부드러운 남자, 전형적인 황태자의 이미지였어.

아빠는 엄마가 당당한 모습과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에 반했다고 한다.

아빠는 엄마가 결혼 후에도 계속 교사로 일하기를 원했지만 아주 큰 어려움에 부딪치게 되었어. 엄마는 중국에서 공인하는 교사였지만 한국에서는 계속 교사로 일할 수 없었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설학원에서는 강단에 설수 있었지.

엄마는 아빠 따라 한국에 온 후 더 이상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수 없었지만 사설 외국어학원에서 중국어 강사로 열심히 가르치며, 다시 교사로 강단에 설 준비를 했었지.

2002년, 엄마는 드디어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게 되었고, 졸업과 함께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단다. 엄마는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계속 공부를 하였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지만 엄마는 결혼하고 나서 다시 대학을 다녔단다. 그래서 남다른 추억도 많지.

가장 큰 추억은, 아니 대학공부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입학해서 3개월 만에 문향이를 임신한 것이란다. 너는 10개월 동안 엄마 배속에서, 엄마랑 같이 대학공부를 했었지. 엄마는 수업이 어려워 힘들었지만 넌 배속에서 재미있다고 신호를 보내곤 했어. 대학공부는 어려웠지만 너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단다.

1998년 겨울방학 문향이가 태어나고, 문향이는 더 이상 엄마랑 대학공부를 할 수 없었지. 대신 집에서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언니랑 오빠랑 재미있게 놀았지. 문향이가 10개월 만에 아장아장 걷고, 돌잔치에 '곰 세마리가 한집에 있어...'를 귀엽게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언니, 오빠가 늘 곁에서 재미있게 놀아준 덕분이란다.

네가 쭉쭉 커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느 날, 느닷없이 "엄마 중국 사람이 예요?"라고 질문을 했었지. 너의 엉뚱한 질문에 엄마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다시 되물었지"엄마가 왜 중국사람 같다고 생각해?" 너는 오랫동안 준비라도 했듯이 "엄만 중국어도 잘하고 중국친구도 많찮아!"라고 씩씩하게 대답했어. 엄마는 너의 질문에 아주 간단히 대답했지. "엄만 중국어 선생님이니까 중국어를 잘하는 거구, 중국어를 잘하면 중국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는 거지"

그 후 네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었어. 넌 또 엄마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지. 엄마는 곧 네가 중학생이 되니 좀 어렵게 대답했지. "엄마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중국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야" 넌 그때 머리를 갸우뚱하며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어.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국사람, 중국에서 태어나면 중국사람,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사람이라고 하지. 그런데 엄마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의 56개 민족 중에서 한민족(중국에서는 朝鮮族이라고 함)으로 태어난 거야. 엄마는 한족(漢族)도 아니고 몽골족도 아니고 '한민족'으로 태어난 거야.

엄마가 '한민족'이라는 이유는, 엄마의 아버지(너의 외할아버지)가 대한민국 경상북도 김천 사람이었지. 외할아버지는 1938년 한국에서 태어나 1939년 가족들과 함께 만주(지금의 중국 동북3성)로 이주가게 되었어. 1945년 대한민국이 광복했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중국에 남게 되었지. 그리고 중국에서 외할머니를 만나 1966년에 중국 흑룡강성에서 결혼하셨대. 너의 외할머니 고향은 함경북도란다.

'남남북녀'라는 얘기가 있듯이 외할아버지는 남쪽의 멋진 경상도 사나이였고, 외할머니는 북쪽의 아릿다운 처녀였대. 환상의 커플이었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엄마는 '남북통일의 딸'로 태어난 거야. 아직까지 대한민국과 북한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엄마처럼 남북통일의 딸, 남북통일의 아들들이 많아지면 남북통일이 더 빨리 다가 올 거야.

엄마가 국적선택권이 없는 중국에서 어쩔 수 없이 중국국적으로 살았지만 가정에서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사용하면 한 번도 한민족이라는 것을 잊어본 적이 없단다. 너의 아빠를 만난 후 엄마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중국을 떠나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지금은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엄마로 살고 있는 거야.

오늘날 글로벌시대라고 하지. 너도 언젠가 중국으로 갈수 있고 또 그곳에서 결혼할 수 있지. 그러나 네가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넌 영원한 한국인(korean)인거야.

최근 한국 국민으로 살아가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엄마는 이들이 하루빨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 '귀화시험 한권으로 합격하기'라는 교과서를 펴냈지.

엄마는 글쓰기를 좋아해. 엄마는 앞으로 많은 책을 쓸 계획인데 다 쓴 책은 우리 집 가보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간직해 주길 바란다.


Posted by 박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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