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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7 아직도 그남자는 비를 맞고 있을까?
비가 많이 내립니다.

용산에 볼일 있어 갔다오는 길이었습니다.

버스 환승을 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버스 정류소 안에 들어가 있어도 가끔씩 빗물이 머리위로 떨어집니다.

아스팔트에는 빗방울들이 발레를 하듯이 춤추고

자동차들은 경주라도 하듯이 신나게 달립니다.

잠시 후에 한 젊은 남자가 우산도 없이 버스 정류소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내 옆에 서서 있는데, 벌써 옷이 많이 젖었습니다.

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소이지만 비가 워낙 많이 노는 탓에 안에 있어도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그래서 나는 덜 맞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짝 우산을 씌워 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와는 무관하게 큰 우산을 쓰고 있어서 그쪽으로 조금 움직였기 때문에

내가 그를 위해서 우산을 몰래 받여주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는 담배를 꺼내 물었습니다.

그리고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이는 것입니다.


나는 천성적으로 담배연기를 좋아하지 않기에

살짝 정류소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 남자는 담배 연기 때문에 내가 정류소를 빠져나온지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나오자 마자 다시 정류소 지붕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그 때야 알게 될 것입니다.


아! 나는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떤 시련을 껶을 때 누군가가 가만히 다가와서 도와주려고 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를 거부하고 불편하게 해서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지금 내가 힘들고 어렵다면 내 스스로가 누군가의 도움을 거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타야할 버스에 올라탔다.

아직도 그남자는 버스정류소에서 비를 맞고 있을까?

 



Posted by 박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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