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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3 가풍문화 아카데미 1차 교육을 마치고...(나주향교)

가풍문화 아카데미 1차 대학생 교육 체험기(나주향교)

사람이 귀한 시대임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2010년 여성가족부 건전가정의례지원 사업의 하나인 “가풍문화 아카데미”교육을 위해 대학생 100명을 모집하는 것이 이번의 미션이었습니다. 그런데 1달 전부터 홍보를 하고, 실태조사를 하며, 교육 대상자를 모집 했지만 “가풍문화 아카데미”라는 용어와 인식이 낯설고 어려워서인지 좀처럼 지원자가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또한 민속 최대 명절인 추석이 끼어 있는 달이다 보니, 더욱이 참가자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장소인 나주향교 인근에 있는 대학에 방문했습니다.



먼저 총학생회를 방문해서 사무국장을 만나서 상의를 하니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반응을 보여 힘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동아리 연합회, 전통무예동아리, RCY자원봉사 동아리 등을 방문해서 회장, 부회장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협조를 구했습니다. 학생들이 의외로 반응이 좋았고, 한번 모아보겠다고 말해주어서 용기가 났습니다. 그리고 아는 분의 소개로 교수님 한 분을 소개 받아 협조를 구했습니다. 3000명 학생들 중에 50명 정도는 추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와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교육 일정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고, 학생회에서는 계속 알아보고는 있는데 학생들이 반응이 없다는 이야기만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수 십 통의 전화를 하고나서야 학생들의 생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바보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라 순수하게만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해보고,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보편화 되어버린 접대용 말임을 알게 되니, 세삼 사회에 대해 회의도 느꼈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벌써부터 학생회 임원이 되어서 정치인들이나 사용하는 권모술수를 쓰는 구나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과 우리의 앞날이 걱정되었습니다.



어째든 1차 교육인데 포기할 수는 없고 많은 고민 끝에 부족하지만 모집되는 인원을 모아서 추진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다시 한 번 방법을 전환해서 교수님께 협조를 구했습니다. 그래도 뜻을 이해해주신 교수님과 연결이 되어 50%정도 학생들이 모여 무리 없이 1차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0월 1일 나주향교에 도착해보니 가을풍경이 너무도 아름답고 단아했습니다. 그간의 고생이 가을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고, 같이 간 엄준한 선생님, 유천걸 선생님, 그리고 고려대 법학과, 연세대 심리학과 학생, 김수연 대표를 포함해서 7명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먼저 전교님께 인사를 드리고, 현수막을 걸고, 교육장소와 숙소를 확인하고, 입교식 장소를 정리한 다음 학생들을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니 두세 명씩 학생들이 모여주니 얼마나 반가운지, 그렇게 이쁘고, 듬직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도 어렵게 얻은 교육생이라 더 그럴 것입니다. 입교식을 마치고, 가풍문화아카데미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저녁을 먹고, 윤세계 초빙강사로부터 음악과 함께 인생이야기를 담은 가정의 소중함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조별로 나누어 분임토의에 들어갔습니다. 1조는 성인식, 2조는 혼인준비식, 3조는 임신과 태교에 대해서 토의를 한 다음 발표시간을 가졌습니다. 가풍에 대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이 1시간 정도 토의를 하고나서 발표를 하는데, 너무도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발표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1조는 직접 성인식을 연극으로 재현해 보았고, 2조 역시 혼인준비의식을 시연해 보았으며, 3조는 멋진 태교송을 창작해서 다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어느새 깊은 인연의 끈이 소통이라는 단어로 연결되어 늦은 밤까지 향교의 숙소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천 년 전부터 내려온 이곳의 향교문화가 오늘에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느껴져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솟아났습니다. 달빛으로 빛나는 명륜당 뜰 앞을 거닐으며, 옛 선비들의 풍류를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교육이 이곳에서 계속 된다면 많은 젊은 인재들이 이와 같은 느낌을 공유하리라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밝아왔고, 아침체조를 하고, 아침식사를 마치고, 최우석 선생님으로부터 상읍례를 배우고 시연을 해보았습니다. 상읍례는 선비들이 스승에 대한 예를 갖추고, 동료 선후배들과 서로 읍을 하며 존중과 배려심을 길렀던 예법이며, 지금 학생들에게 적용해 보니 역시나 뭔가 특별한 느낌이었었다는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태조사를 할 때만 해도 가풍에 대한 평소의 관심도가 0%였는데, 이제 뭔가 알 것 같다면 앞으로 결혼을 해서 멋진 가정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하는 학생의 소감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소감문 발표와 만족도 조사를 하고, 수료식을 겸해서 성인식 때 수여하는 자(字)를 지어 하나씩 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중에서 누군가는 일생을 두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소중하게 간직하며, 그 이름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나와 주기를 바라면서 점심식사를 끈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비러 숙소는 물론 여러 가지 교육여건을 준비해주시고, 챙겨주신 나주향교 전교님과 사무국장님께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학생들에게 좋은 체험이 될 수 있도록 추천해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Posted by 박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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