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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13 가풍문화아카데미 2차 대학생 교육을 마치고...(돈암서원)

가풍문화 아카데미 2차 대학생 교육 체험 수기

지난주 1차 교육 대 보다 더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번 주부터 대학마다 축제기간이고 다음 주부터는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란다. 그리고 나주향교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여름용 침구류로는 숙박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하는 어려움에 봉착했다.

지난 100년동안 두세대가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가풍을 지켜오지 못한 책임임을 우리 세대에서 회복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시작한 이번 사업을 여기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 여성가족부에 사정이야기를 드리고, 사업 변경공문을 보내 기존에 두 번이었던 교육을 세 번으로 나누어 추진하기로 협의하고, 장소 또한 돈암서원으로 정했다. 무엇보다 돈암서원 원장님께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셨다. 그리고 돈암서원은 사게 김장생 선생님이 배향되어 있는 서원으로서 우리나라 예학(禮學)을 확립하신 분이다. 가만히 혼자서 생각해보니, 이번 건전가정의례지원 사업을 돈암서원에서 하게 된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연일까? 어째든 가정의례를 확립시킨 분을 모신 서원에서 건전가정의례지원 사업이 이루어진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대표님과 나는 급히 대전으로 내려가 돈암서원과 가까운 대학을 찾았다. 먼저 박사과정을 같이 공부했던 교수님 한 분이 대전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어 협조를 부탁했다. 역시나 중간고사 기간이 겹쳐 있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가정복지학과 학과장님을 만났으나 역시나 같은 대답이다. 무척이나 고민을 많이 했다. 장소도 정해졌고, 분명 교육을 받고나면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것을 지난 나주향교에서 체험 했으니, 학생들만 보내주면 앞으로 우리나라 가정문화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목놓아 소리쳐 기도를 하는데, 문득 한 생각 떠올랐다.



이제 학생들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뭔가 학생들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을 찾아가야겠다고 해서 생각한 곳이 학군단이다. 정훈장교를 했던 경력을 떠올리며, 무조건 대전대학교 학군단장님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해 하시더니 우리의 취지와 목적을 들으시더니, 훈육관을 들어오라고 하시고, 교육 내용에 대해 판단해 보시겠다고 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감사 인사와 함께 부탁을 드리고, 돈암서원 원장님을 만나기 위해 사계고택을 방문했다. 전국 60여 향교, 서원, 고택을 방문해 보았지만 이곳처럼 고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종손어르신 이하 김용숭 원장님의 정신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알았고, 인원모집에 대해 걱정하자, 원장님께서는 건양대학교에 가보자고 제의하셨다. 건양대학을 세우신 분이 아저씨벌 되며, 사계선생님의 후손이라고 하신다. 마치 어두운 밤에 길잃은 나그네가 불빛을 발견했다면 지금의 우리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는 생각을 하고, 같이 건양대학교 김문준 예학교육원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취지와 목적을 말씀드리고 학생들 모집에 협조를 구했다. 여기저기 몇 군데 전화를 하시더니, 30-40명은 모집이 가능할거라 하신다. 기뻤다. 그리고 감사했다. 누구보다 사계선생님께 감사를 드렸다. 정확한 명단을 이메일로 부탁드리고, 우리는 서울로 올라왔다. 이 날이 교육 3일 전이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연락이 없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어서 대전대학교 학군단에서 전화가 왔다. 38명의 학생을 모집했으니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전화였다. 우선 급한 김에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답하고서 차량문제, 숙식문제를 결정했다. 그래놓고 보니 건양대학교 학생들이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문준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32명을 모집했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 고민을 할 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인원이 없어서 고민 했는데, 하루 만에 인원이 너무 많아서 걱정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무슨 조화인가? 부득이 학군단 학생들부터 하고, 건양대학교 학생들은 다음 주로 연기하기로 양해를 구하고, 교육준비에 들어갔다.



교육일정은 나주향교와 비슷하게 진행했으며, 먼저 김문준 교수님의 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의 예학정신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윤세계 선생님의 음악과 함께한 시간들이 밤을 아름답게 변화시켜주었다. 장차 소대장으로 나아가 병사들을 지도할 장교후보생들이라 모든 면에서 적극적이고, 솔선수범 하는 태도에서 이미 교육적인 효과는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 조별로 분임토의를 했으며, 각자 전지에 발표내용을 적어서 발표를 했다. 발표 도중에 역시나 단장님의 지시로 참석을 해서 올 때는 싫었는데, 토의를 하고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가풍문화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내심 뿌듯하고, 감동적이었다.



돈암서원의 밤은 깊어가고, 사계선생님의 정신이 밤기운과 함께 우리들에게 스며들고 있음을 느꼈다. 아침이 되어 체조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성인식과 상읍례를 하고 소감문 발표를 했다. 그리고 사슬풀기와 협력의손, 사랑의 손으로 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점심을 먹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학생들로 북적대던 돈암서원도 다시 고요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소감문들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올 때는 오기가 싫었는데, 갈 때는 가기가 싫었다는 짧막한 소감문이 유난히 가슴에 다가왔다. “궁즉통”이라고 했던가? 궁한 가운데 통하는 곳이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기에 어렵지만 당당하고 의연하게 나아갈 뿐이다. 그래서인지 그만큼 성취감은 크게 느껴진다. 앞으로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풍문화의 모델을 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사업을 마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Posted by 박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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